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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깬 정육점

#정육점 사장이자, 한 집안의 가장

최봉자(67) 씨는 지난 1983년 고양시장에 정육점을 차렸습니다. "결혼을 하고, 딸을 낳은 뒤 뭐라도 하긴 해야 했다.", 그의 설명입니다. 진미정육점은 원래 부부가 함께 운영했습니다. 손님에게 판매할 품질 좋은 고기를 구매하고, 손질하는 일은 주로 남편의 몫이었습니다.

봉자 씨의 남편은 딸이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남편과 사별한 슬픔과 함께 홀로 딸과 아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 것이죠. 담담한 듯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봉자 씨의 모습에서 그가 느꼈을 세월의 중압감이 읽혔습니다.

"결혼해서 남편과 같이 정육점 일을 하면서 하나하나씩 배웠어요. 얼마 안 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부터는 혼자 하게 된 거죠. 왜 여기는 여자가 장사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오히려 친근감이 있고, 편하다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많았죠."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홀로 정육점을 운영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양주와 파주 등지로 직접 고기를 사러 다니고, 소나 돼지를 해체하는 일 모두 직접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거래처에 갈 때면 자신을 조금은 의아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느껴졌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새벽 1시에 소나 돼지를 직접 사러 여기저기로 많이 다녔어요. 돼지는 한 번에 7~8마리씩 샀는데, 해체하고 자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혼자인 데다가 처음에는 고기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고기 킬로수 같은 경우 속는 일도 있었어요. 일일이 뭐라 할 수 없으니까 모른 척하고 넘어가고 그렇게 살아온 거죠."

고양 진미정육점

지난주 금요일, 오늘 소개할 백년가게인 '진미정육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곳 사장님께 인터뷰 섭외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죠. 당시 사장님은 출타 중이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제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고정관념'이 맞습니다. 

"전화 주셨다고요?", 전화기 너머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구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제가 지금껏 방문한 백년가게 대부분은 부부가 같이 운영했고, 무엇보다 제가 만나본 정육점 사장님들은 대개 남자였기 때문이죠.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가게에 방문한 당일까지도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제가 가진 이런 편견은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깨져버렸습니다. 오늘은 39년 간 정육점을 운영해온 최봉자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힘든 시간을 보낸 그에게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봉자 씨가 시장에서 만난 인연들이죠. 진미정육점에는 '직원인 듯 직원 아닌' 그의 동료들이 있습니다. 가게 일을 돕고 있으니 직원은 맞는데, 따로 급여를 받진 않으니 직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봉자 씨를 돕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일산시장 인근에서 오랜 기간 미용실을 운영한 김명옥(79)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는 왜 정육점에 출근해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들을 맞고 있을까요?  "혼자 가게 운영하는 걸 옆에서 다 지켜봤어요. 사장님이 고기 하나에도 마음을 다하고, 주변에 베푸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통한 거 같아요. 지금은 누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이 되었죠."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이곳 손님들은 가게를 찾으면 하나같이 사장님을 먼저 찾습니다. 일을 도우러 온 봉자 씨의 아들과 친구들이 가게에 있음에도 굳이 인터뷰를 하는 봉자 씨에게 말을 겁니다. 고기도 고기지만, 봉자 씨를 보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것이죠.

#백년가게의 비결은 '정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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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일 / 선정년도

1983년 창업 / 2020년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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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주소

031-976-3101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청로 12번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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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없이 일한다

진미정육점은 명절 당일만 문을 닫습니다. 외국은커녕 국내 여행도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봉자 씨입니다. 제주도에는 단 한 번 가봤다고 하네요. 자신을 보고 찾아온 손님들이 헛걸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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