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롤모델 백년가게

자영업자 무덤에서 살아남은 백년가게

돈이 전부가 아닌 '평범한 성공' 이야기

경인일보는 10개월간 경인 지역 '백년가게'를 조명하는 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의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시작한 기획물입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경인 지역 백년가게 19곳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업력이 성공의 기준이라면 백년가게는 이미 성공을 거뒀습니다. 자영업자의 폐업 문제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상황에서 최소 20년 이상 업력을 쌓은 가게들이죠. IMF 등 각종 경제 위기부터 코로나 시국에 직면한 현재까지,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업종과 삶의 궤적은 서로 다르지만, 오랜 기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실력과 신념 그리고 끈기. 백년가게 시리즈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입니다.


소비자는 돈을 지불하고, 가게로부터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어떤 가게든 소비자의 기본적인 만족감을 충족하기 위해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가게 문을 열었어도 음식점이라면 음식의 맛을, 사진관이라면 사진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실력
    신념

        끈기

백년가게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인 안산 '할리바버샵'(지금은 서수원으로 이전) 신태민 대표는 원래 이발소를 운영했습니다. 이용사 자격증 취득 시험의 감독관을 맡을 정도로 이용업계에선 알아주는 실력자였죠. 이런 그도 빠르게 변화하는 이용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울을 오가며 수년간 새로운 이용 기술을 배웠다고 합니다. 느즈막이 도전에 나선 끝에 요즘 유행하는 '바버숍'을 새로 차릴 수 있었던 겁니다.

화성에서 '봉담디지털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이공섭 대표는 '시골 사진관은 사진을 못 찍을 거야'라는 주변의 편견과 맞서 싸웠습니다. 왠지 화성이면 사진을 잘 못 찍을 것 같다고 생각해 수원이나 인접 대도시 사진관으로 가는 손님들이 더러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전국에 회원 3만명을 둔 사진 관련 협회의 부회장까지 지내면서 본인의 실력을 증명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이들에겐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신념은 대개 막중한 책임감을 동반하곤 하죠. 이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군포 '재궁태권도장'의 이영남 관장은 도장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밤에는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원이 대폭 줄면서 도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을 자신의 소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업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남양주 '호평열쇠도장'의 김광종 대표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이야기 했습니다. 전북 고창군 시골마을 출신인 그는 0.5평짜리 자투리 공간에서 열쇠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장사를 시작했는데, 인근 경쟁업체에서 보낸 사람들이 매일 깡패처럼 입구를 막고 업무를 방해했다고 합니다.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2~3일간 칼을 품고 다녔습니다. "상대방에서 그렇게 하면 너 죽고, 나 죽자 해야겠다 싶어서 그랬어요." 생계가 막막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백년가게 관통하는 세가지 키워드

​평범한 성공이란

어떤 어려움을 겪든 '계속 한다'

백년가게 대표들의 끈기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습니다. 이들이 걸어온 세월에는 여러 희로애락이 깊게 배어 있을 테죠. 기쁜 일 만큼 힘들고 고된 일도 많았을 겁니다. 평택의 '고복수평양냉면'은 상호와 관련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원래 쓰던 '고박사'라는 상호를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사업을 확장하던 와중에 실패를 겪은 터라 3대째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는 고복수 대표의 상심도 무척 컸습니다. 그는 그럼에도 변함없는 '맛'을 약속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그의 좌우명입니다.

소머리 설렁탕을 판매하는 오산의 '오산할머니집'은 무려 8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지금은 4대 박명희 대표와 그의 아들 김상겸 씨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메뉴를 다양화하거나, 자리를 옮길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가게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동네 주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대신 번거로울지라도, 전통 방식 그대로 음식을 만듭니다. 가스 불이 흔하지 않던 시기, '음식에 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토렴 방식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오랜 전통에서 나오는 가게의 정체성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죠.


백년가게의 모토는 '보통 사람들이 일군 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소 부자연스러운 조합일 순 있으나, '평범한 성공'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가 성공의 기준이라면 이들 역시 성공을 향해 달려나가는 수많은 자영업자 중 하나일 겁니다.

수원의 진천생고기 김은순 대표가 '폐암'에 걸린 아픈 몸을 이끌고 아내와 함께 가게를 찾아온 손님을 생각하며 진한 눈물을 보이고, 인천의 부산한복 전영순·이은진 모녀가 들려주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 역경은 돈이 주는 성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 수 있고, 가게 문이 열길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는 것. 이런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극히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백년가게 시리즈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