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노포, 소머리 설렁탕의 깊은 맛

#손님도 대를 잇는다

오래된 가게는 주인만 대를 잇는 게 아닙니다. 손님도 대를 이어 단골이 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오산 할머니집은 같은 자리에서 단골 손님 위주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다 보니, 주인과 손님과의 관계가 남다르기 그지없습니다. 엄마 등에 업혀 오던 아이가 지금은 자기 아이를 업고 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가게만의 매력입니다.

"나이 드신 할아버님인데, 서울 잠실에서 전철 타고 오산역에 내려서 식당까지 걸어오는 분이 있어요. 오셔서 설렁탕 한 그릇이랑 막걸리 한 잔 하고 가시는데, 이 분은 항상 오시면 옛날 이야기를 들려 줘요. 단골 손님 중에 철강회사 대표 분도 있는데, 이 분은 매번 고급 외제차를 타고 와서 설렁탕에 소주 한 잔 하고 돌아가세요.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정말 많죠."(박명희)

오산 할머니집은 다른 유명한 노포 만큼 손님이 많은 곳은 아닙니다.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메뉴를 다양화하거나, 자리를 옮길 생각도 없다고 하네요. 이 역시 잊지 않고 가게를 찾는 단골 손님들을 생각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저희 생활 유지할 만큼 계속 장사를 해왔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가게 규모를 지금보다 키우고 싶은 생각은 딱히 없어요.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이 동네보다 (장사하기) 좋은 동네로 옮겨서 했겠죠. 저희 생각해서 꾸준히 오는 분들을 위해 한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어요."(김상겸)

오랜 역사만큼이나 가게를 설명하는 수식어도 늘고 있습니다. '백년가게' 뿐만 아니라 '줄 서는 식당', '대물림 가게'까지 칭호가 하나 둘씩 늘 때마다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한 것도 소홀하게 한 건 없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죠. 애들한테도 더 열심히 하라고 자주 이야기하고 그러죠."(박명희)

"그냥 그런거 있잖아요. 항상 그곳에 가면 거기에 있는 곳. 그런 가게가 되고 싶어요. 오래 전에 오셨다가도 '그 집 참 좋았는데' 하며 찾으면 그 자리에 있는 가게. 그렇게 남고 싶습니다."(김상겸)

오산 할머니집

이번에 소개할 백년가게는 80년 역사를 간직한 '오산 할머니집'이라는 노포입니다. 메뉴는 소머리 설렁탕과 수육, 단 2가지로 단출합니다. 메뉴판부터 주인장이 가진 음식 맛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식당입니다. 

 

이 식당의 역사를 설명하려면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요정이었다고 하는데요. 현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4대 박명희 사장의 시증조모께서 해방 이후부터 가게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식당 운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래 장사를 한 식당이라면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맛의 '비법'. 오산 할머니집은 그런 특별한 비법이 없다고 합니다. 이 집의 소머리 설렁탕엔 인위적인 조미료가 전혀 가미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고기와 뼈로 진한 육수를 만듭니다. 비법이라고 한다면 소머리를 손질하고 씻어내는 방법입니다.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라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를 잡기 위한 세심한 손질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소 머리부터 깍두기에 사용되는 무와 양념까지 모두 국산입니다. 오산 할머니집은 설렁탕이나 수육을 주문하면 토렴 방식으로 음식을 데워 손님상에 내놓습니다. 토렴은 '음식에 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것'으로 가스 불이 흔하지 않았을 때 음식을 데우는 전통 방식입니다.

#비법 없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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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일 / 선정년도

1984년 창업 / 2020년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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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주소

031-751-9130

경기도 오산시 오산로300번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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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닳아 구멍난 무쇠솥

소머리 설렁탕과 수육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37년 전쯤부터 입니다. 37년 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이었으면, 이 시간 동안 고기와 육수를 끓이는 무쇠솥에 구멍이 나 바꾼 솥도 여러 개라고 하네요. 세월의 힘은 무쇠도 뚫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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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고기와 진한 국물

설렁탕은 넉넉한 고기와 함께 국수가 말아져 나옵니다.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 맛이 인상적입니다. 기호에 맞게 소금간을 하면 됩니다. 수육은 설렁탕에 들어간 고기와 유사하면서도 보다 쫄깃한 고기의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안줏거리가 될 것입니다. 김치와 깍두기, 부추김치 등 김치 맛은 짭짤하면서도 식감이 제대로 살아있습니다.